2009년 용산의 비극과 함께 아버지와의 세계도 무너졌다.
혐오하는 시대의 가치를 핏줄에서 발견하는 고통 속에 나는 단절된 감옥에 갇혔다.
이후 반려견 '두기'를 매개로 시작된 동거 중, 홈캠 너머로 늙어가는 아버지와 개의 일상을 관찰하게 되었다.
두기를 부르는 나의 하이톤 목소리 위로 40년 전 나를 부르던 아버지의 주파수가 겹쳐진다.
그립고도 미운 그의 음색이 내 몸짓에 유전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일은 아련하고도 지독하다.
사랑한다는 건 언젠가 나를 산산조각 낼 것임을 알면서도 받아들이는 일임을,
이 유한한 풍경 속에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