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주 강정에서 운디드니까지
반복되는 강점의 역사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
제주는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해군기지 건설이 결정되었다. 거대한 전쟁 무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제주 강정에서 사진가 이우기는 평범한 일상까지 스며든 불안을 목격한다. 바다 풍경을 가로막는 펜스가 들어서고, 아름다운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고, 건설반대 투쟁과 강제집행이 일어나고, 주민과 활동가에게 34억 구상권이 청구되고, 기어이 이지스 구축함이 입항되기까지 매 순간 매 장면이 모두 작고 평화로웠던 마을을 압박했다. 불어오는 바람에서 다가오는 태풍을 예감하듯, 평범한 순간에서도 문득문득 불안의 신호를 감지했던 그가 애잔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풍경과 사람들이 사진집에 담겨있다.
제주 강정에서 늘 이우기를 따라다니며 나타났던 불안의 징후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이우기의 시선을 시각화하기 위해 사진집 안에 두 권의 책이 이어지고 반복되는 과감한 편집 디자인을 선보인다.
목차
반복된 신호
검은언덕 너머
검은, 붉은, 노란, 그리고 빛나는
지독한 이명
출판사 서평
이방이었지만 오랜 시간 제주 강정을 오가며, 어느새 이곳이 또 하나의 일상이 된 이우기에게 작은 마을에 찾아온 빠르고 거대한 변화는 그 자체로 폭력처럼 다가왔다. 그러한 폭력의 속도 앞에서 그는 늘 보았던 정겨운 강정 마을을 거닐 때도, 해군기지 건설반대 투쟁에 나선 주민과 동료 활동가를 바라볼 때도, 수려한 냇길이소이나 중산간에 얌전하게 핀 산수국을 마주할 때도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지지는 않을까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가 없다. 모든 순간과 모든 장면이 그에게 불안한 신호처럼 반복될 때, 그의 눈은 시대를 달리해 제주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비극으로, 장소를 달리해 미국 원주민이 희생됐던 운디드니 대학살로까지 뻗어나간다. 그러나 이우기의 사진은 뜨거운 분노가 흐르는 투쟁의 이야기로, 한숨과 눈물로 얼룩진 역사적 비화로 우리를, 또 자신을 이끌지 않는다. 대신, 이우기의 사진은 거대한 강점의 역사에서 이야기되지 못했던 작은 존재들의 얼굴과 소리들에 눈과 귀를 기울인다. 아주 멀지도 또 아주 가깝지도 않은 그만의 거리에서.
책속에서
철저한 이방인이었지만, 어느새 나는 강정에 살고 있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믿어왔던 일들을 위해 함께 싸우고 울고 웃었다. 이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 년에도 수십 번씩 들락날락하며 강정의 일상과 투쟁을 지켜보았다. 더 이상 제주행 비행기에 오르는 일이, 강정으로 향하는 일이 특별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동네보다 더 편하고 익숙해졌지만, 동시에 있어야 할 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듯한 이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수십 번도 더 지나쳤을 익숙한 장소의 그 풍경들에서 불편함과 불안감이 불쑥 고개를 내미는 순간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 편안함과 불안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날카롭고 기이한 현실의 풍경들. 다가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질수록 길을
지나치며 마주하는 사물들이, 그리고 매일매일 빠르게 흐르는 풍경들이 내뿜는 신호들은 더욱 강력해졌다. 참혹했던 멸망사의 과거에서,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현재, 그리고 기시감처럼 펼쳐지는 미래가 보내는 지속적인 신호들이다.
- 66~67pp 이우기,「검은언덕 너머」중에서
당연할 수도 있지만, 그의 사진에는 강정마을 활동가들의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그에게는 친구일 수도, 동료일 수도, 동지일 수도 있는 사람들일 테다. 그런데 대부분 뒷모습이거나 매우 작은 모습으로 사진에 등장한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사람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사진도 있고 심지어 손만 살짝 보이는 사진도 있다. 그렇게 뜨거운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들을 그는 왜 이렇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친구의 뒷모습을 몰래 사진 찍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상상해봤다. 그리고 다시 그 사진들을
바라본다. 매우 작게 담겼지만, 대상의 왜소함이나 초라함이 묻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분명 다른 차원의 작은 바라봄이었다. 멀리 있는 무엇을 찍었다기보단 멀리 떨어져 찍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였다. 조금 고민하다가 나는 그것을 미안함이라 부르기로 했다.
- 70p 홍진훤,「검은, 붉은, 노란, 그리고 빛나는」중에서
신기하게도 눈은 자꾸 새로운 장면을 찾는 경향이 있지만, 반대로 귀는 익숙한 소리를 찾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똑같은 장면에 싫증을 내는 것과 달리 똑같은 노래를 반복적으로 들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낯선 타국에 도착했을 때, 이국적인 풍경보다 낯선 소음과 말소리가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어쩌면 그 역시 이방인으로 낯선 강정에 도착했을 때 시작된 불안은 뭍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거칠고 거센 소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무언가 계속 부딪히고,
부서지고, 무너지고, 쓰러지고, 휘어지고, 움켜잡고, 찌르고, 헤집고, 갈기고, 때리고, 터지고, 끝내 닳고 닳아 멸하고 마는 고함들, 비명들, 신음들, 한숨들. 어쩌면 이우기의 사진에서 우리가 바라볼 것은, 들어야 할 것은 뜨거운 일화가 아니라, 섬 전체를 진동하는 차가운 소리들이 아닐까? 시대를 달리해 이곳 제주에 끊임없이 들이쳤던,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계속 견뎌야만 했던, 그런 날 선 소리들 말이다.
- pp.74~75. 박지수,「지독한 이명」중에서
발 행 : 물질과 비물질
발행일 : 2018년 5월 18일
지은이 : 이우기
쪽 수 : 80쪽
가 격 : 29,000원
▶ ISBN : 979-11-87576-13-6 (03660)
▶ 판 형 : 273×180mm
▶ 인 쇄 : 4도 컬러 인쇄
▶ 분 야 : 국내도서>예술/대중문화>사진
▶ 키워드 : 사진, 예술, 독립출판
제주 강정에서 운디드니까지
반복되는 강점의 역사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
제주는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해군기지 건설이 결정되었다. 거대한 전쟁 무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제주 강정에서 사진가 이우기는 평범한 일상까지 스며든 불안을 목격한다. 바다 풍경을 가로막는 펜스가 들어서고, 아름다운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고, 건설반대 투쟁과 강제집행이 일어나고, 주민과 활동가에게 34억 구상권이 청구되고, 기어이 이지스 구축함이 입항되기까지 매 순간 매 장면이 모두 작고 평화로웠던 마을을 압박했다. 불어오는 바람에서 다가오는 태풍을 예감하듯, 평범한 순간에서도 문득문득 불안의 신호를 감지했던 그가 애잔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풍경과 사람들이 사진집에 담겨있다.
제주 강정에서 늘 이우기를 따라다니며 나타났던 불안의 징후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이우기의 시선을 시각화하기 위해 사진집 안에 두 권의 책이 이어지고 반복되는 과감한 편집 디자인을 선보인다.
목차
반복된 신호
검은언덕 너머
검은, 붉은, 노란, 그리고 빛나는
지독한 이명
출판사 서평
이방이었지만 오랜 시간 제주 강정을 오가며, 어느새 이곳이 또 하나의 일상이 된 이우기에게 작은 마을에 찾아온 빠르고 거대한 변화는 그 자체로 폭력처럼 다가왔다. 그러한 폭력의 속도 앞에서 그는 늘 보았던 정겨운 강정 마을을 거닐 때도, 해군기지 건설반대 투쟁에 나선 주민과 동료 활동가를 바라볼 때도, 수려한 냇길이소이나 중산간에 얌전하게 핀 산수국을 마주할 때도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지지는 않을까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가 없다. 모든 순간과 모든 장면이 그에게 불안한 신호처럼 반복될 때, 그의 눈은 시대를 달리해 제주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비극으로, 장소를 달리해 미국 원주민이 희생됐던 운디드니 대학살로까지 뻗어나간다. 그러나 이우기의 사진은 뜨거운 분노가 흐르는 투쟁의 이야기로, 한숨과 눈물로 얼룩진 역사적 비화로 우리를, 또 자신을 이끌지 않는다. 대신, 이우기의 사진은 거대한 강점의 역사에서 이야기되지 못했던 작은 존재들의 얼굴과 소리들에 눈과 귀를 기울인다. 아주 멀지도 또 아주 가깝지도 않은 그만의 거리에서.
책속에서
철저한 이방인이었지만, 어느새 나는 강정에 살고 있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믿어왔던 일들을 위해 함께 싸우고 울고 웃었다. 이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 년에도 수십 번씩 들락날락하며 강정의 일상과 투쟁을 지켜보았다. 더 이상 제주행 비행기에 오르는 일이, 강정으로 향하는 일이 특별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동네보다 더 편하고 익숙해졌지만, 동시에 있어야 할 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듯한 이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수십 번도 더 지나쳤을 익숙한 장소의 그 풍경들에서 불편함과 불안감이 불쑥 고개를 내미는 순간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 편안함과 불안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날카롭고 기이한 현실의 풍경들. 다가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질수록 길을
지나치며 마주하는 사물들이, 그리고 매일매일 빠르게 흐르는 풍경들이 내뿜는 신호들은 더욱 강력해졌다. 참혹했던 멸망사의 과거에서,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현재, 그리고 기시감처럼 펼쳐지는 미래가 보내는 지속적인 신호들이다.
- 66~67pp 이우기,「검은언덕 너머」중에서
당연할 수도 있지만, 그의 사진에는 강정마을 활동가들의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그에게는 친구일 수도, 동료일 수도, 동지일 수도 있는 사람들일 테다. 그런데 대부분 뒷모습이거나 매우 작은 모습으로 사진에 등장한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사람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사진도 있고 심지어 손만 살짝 보이는 사진도 있다. 그렇게 뜨거운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들을 그는 왜 이렇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친구의 뒷모습을 몰래 사진 찍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상상해봤다. 그리고 다시 그 사진들을
바라본다. 매우 작게 담겼지만, 대상의 왜소함이나 초라함이 묻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분명 다른 차원의 작은 바라봄이었다. 멀리 있는 무엇을 찍었다기보단 멀리 떨어져 찍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였다. 조금 고민하다가 나는 그것을 미안함이라 부르기로 했다.
- 70p 홍진훤,「검은, 붉은, 노란, 그리고 빛나는」중에서
신기하게도 눈은 자꾸 새로운 장면을 찾는 경향이 있지만, 반대로 귀는 익숙한 소리를 찾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똑같은 장면에 싫증을 내는 것과 달리 똑같은 노래를 반복적으로 들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낯선 타국에 도착했을 때, 이국적인 풍경보다 낯선 소음과 말소리가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어쩌면 그 역시 이방인으로 낯선 강정에 도착했을 때 시작된 불안은 뭍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거칠고 거센 소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무언가 계속 부딪히고,
부서지고, 무너지고, 쓰러지고, 휘어지고, 움켜잡고, 찌르고, 헤집고, 갈기고, 때리고, 터지고, 끝내 닳고 닳아 멸하고 마는 고함들, 비명들, 신음들, 한숨들. 어쩌면 이우기의 사진에서 우리가 바라볼 것은, 들어야 할 것은 뜨거운 일화가 아니라, 섬 전체를 진동하는 차가운 소리들이 아닐까? 시대를 달리해 이곳 제주에 끊임없이 들이쳤던,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계속 견뎌야만 했던, 그런 날 선 소리들 말이다.
- pp.74~75. 박지수,「지독한 이명」중에서
발 행 : 물질과 비물질
발행일 : 2018년 5월 18일
지은이 : 이우기
쪽 수 : 80쪽
가 격 : 29,000원
▶ ISBN : 979-11-87576-13-6 (03660)
▶ 판 형 : 273×180mm
▶ 인 쇄 : 4도 컬러 인쇄
▶ 분 야 : 국내도서>예술/대중문화>사진
▶ 키워드 : 사진, 예술, 독립출판
사진집 구매문의
sk8tilldie@naver.com
거기, 반짝이는
운디드니 / 강정을 촬영하며 자연스럽게 미국 원주민들이 떠올랐다. 사진들에 운디드니 라는 이름을 붙이고 아픈 역사가 반복되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또 한편 이름 때문에 아직 오지도 않은 비극 속에 박제되어 계속 갇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미안함이 들곤 했다. 결국 운디드니라는 이름을 버리고 검은언덕 너머, 반복된 신호 등으로 부르기로 했다.
깨진 네온사인 (repeated signal) / 사진집 ‘반복된 신호’의 출간연계전시를 위해 repeated signal 네온사인을 제작했다. 한 달가량 서대문에서 열렸던 전시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강정으로 이어졌다. 서대문에서 그리고 강정코사마트 사거리 에서 밤새 깜박이던 네온사인은 전시를 마치고 서울로 오는 도중 깨지고 말았다.
몇 주 후 강정 앞 바다에 핵항공모함을 비롯한 수십 척의 군함이 몰렸다.
이물감 / 결국 현실이 되어버린 디스토피아는 상상했던 것 보다 더 절망적인 모습이었다. 웃는 얼굴로 짓밟고 철저히 고립시킨다. 어떠한 절차도 없이 군함에서 나와 서귀포 시내를 활보하던 미군의 입에서 나온 말 “너희는 노예다”. 사람들은 카나리아들의 울음소리를 무시하고 전쟁무기위에 올라타 사진을 찍는다. 허울 좋은 평화의 섬 제주. 이곳에 앞으로 계속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니 몇 년째 없어지지 않는 목의 이물감이 더욱 단단해 지는 듯하다. 말로 행동으로 표현되어지지 못한 감정들은 쌓이고 또 쌓인다.
틈/ 마을을 돌아다니며 만났던 불길한 신호들 사이사이 그리고 몸부림과 울음 그 사이사이 위로가 되는 순간들, 버티게 만드는 힘. 그 무한하게 점철된 고통사이의 틈. 그 틈을 포착하고 벌리고 만들어내는 것. 고통에 함몰되지 않도록, 비극 속에 갇히지 않도록.
거기, 반짝이는 / 부서지고 무너지고 깨지던 그 순간. 고개를 들어 바라본 거기
무엇인가
반짝인다
-한 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85p 저녁의 소묘4 -